상장폐지 기준을 만드는 곳과 승인하는 곳
결론부터 말하면, 상장폐지 기준의 내용은 자본시장법 조문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 법이 정한 것은 ‘누가 그 기준을 만들어 어느 문서에 담아야 하는지’까지입니다. 기준을 만드는 곳은 거래소이고, 그 거래소가 만든 문서를 승인하는 곳은 금융위원회입니다.
뉴스에서 거래소와 금융위원회가 번갈아 등장하는 것도 이 두 자리가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는 시행 2026-08-04 판본의 조문 문장을 그대로 옮겨, 법이 직접 쓴 자리와 규정에 맡긴 자리를 갈라 놓겠습니다. 개별 종목의 폐지 여부나 대응 방법은 다루지 않습니다.

- 상장폐지 기준은 어느 문서에 적혀 있나요?
- 만드는 곳 — 거래소가 ‘정하여야 한다’
- 승인하는 곳 — 금융위원회, 다만 승인 대상은 규정입니다
- 시장이 둘이면 상장규정도 둘일 수 있습니다
- 법이 직접 쓴 자리와 규정에 맡긴 자리
- 관리종목과 정리매매는 법 어디에 있나요?
- 내 종목 사정은 어디서 확인하나요?
상장폐지 기준은 어느 문서에 적혀 있나요?
시행 2026-08-04 판본의 조문 본문에서 ‘상장폐지’라는 낱말을 찾으면 걸리는 조문은 넷입니다. 제234조제4항, 제373조의7, 제390조제2항, 그리고 제409조입니다. 이 넷을 차례로 열어 보면 어떤 회사가 어떤 상태가 되면 상장이 폐지되는지를 정한 문장은 한 곳에도 없습니다.
대신 제390조제2항이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상장규정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제2호가 "증권의 상장폐지기준 및 상장폐지에 관한 사항"입니다. 법이 정한 것은 기준의 내용이 아니라, 그 기준이 상장규정이라는 문서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포함되어야 한다’는 표현을 그대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항은 최소한 담아야 할 목록을 정한 것이지 그 밖의 내용을 막은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같은 항 제4호는 "그 밖에 상장법인 및 상장증권의 관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으로 열려 있습니다.
그래서 검색으로 만나는 상장폐지 요건 숫자들은 법전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전부 상장규정 쪽 문서에서 나온 값입니다. 이 사실 하나만 알아도 ‘법이 바뀌었다’는 말과 ‘규정이 바뀌었다’는 말을 구분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만드는 곳 — 거래소가 ‘정하여야 한다’
제390조제1항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거래소는 증권시장에 상장할 증권의 심사 및 상장증권의 관리를 위하여 증권상장규정(이하 ‘상장규정’이라 한다)을 정하여야 한다." 종결이 ‘정할 수 있다’가 아니라 ‘정하여야 한다’입니다. 상장규정을 두는 것은 거래소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그 상장규정을 실제로 집행하는 일도 거래소 몫입니다. 제373조의7은 거래소가 "이 법 또는 정관등에 따라 거래소시장에서 투자자를 보호하고 증권 및 장내파생상품의 매매를 공정하게 수행할 책무를 가진다"고 하면서, 그 첫 번째 업무로 "증권의 상장 및 상장폐지 업무"를 듭니다. 만드는 것도, 그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도 같은 기관입니다.
같은 구조가 공시 쪽에도 그대로 있습니다. 제391조제1항은 거래소가 주권등상장법인 공시규정을 "정하여야 한다"고 적습니다. 상장과 공시 두 축이 같은 방식으로 규정에 맡겨져 있다는 점을 비교해 보면, 이것이 상장폐지에만 붙은 특별한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 보입니다.
승인하는 곳 — 금융위원회, 다만 승인 대상은 규정입니다
거래소가 규정을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412조제1항이 이렇게 붙어 있습니다. "거래소는 회원관리규정ㆍ증권시장업무규정ㆍ파생상품시장업무규정ㆍ상장규정ㆍ공시규정ㆍ시장감시규정ㆍ분쟁조정규정, 그 밖의 업무에 관한 규정을 제정ㆍ변경하거나 폐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승인의 대상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조문이 승인 대상으로 적은 것은 규정 그 자체이고, 개별 회사의 상장폐지가 아닙니다. 상장폐지 기준이 바뀌는 경로는 ‘거래소가 상장규정을 고친다 → 금융위원회가 그 개정을 승인한다’입니다. 그래서 기준 변경 소식에 두 기관 이름이 함께 나오는 것입니다.
이 법에서 상장을 폐지하는 행위 자체에 금융위원회 승인을 붙인 조문은 따로 있는데, 적용 범위가 매우 좁습니다. 제409조제1항은 "거래소는 자기가 발행한 증권을 상장하거나 상장을 폐지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거래소가 스스로 발행한 증권에 한정된 문장이므로, 일반 상장회사에 그대로 옮겨 읽으면 안 됩니다.
시장이 둘이면 상장규정도 둘일 수 있습니다
제390조제1항에는 문장이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이 경우 거래소가 개설ㆍ운영하는 둘 이상의 증권시장에 대하여 별도의 상장규정으로 정할 수 있다." 앞 문장의 ‘정하여야 한다’와 달리 이쪽은 ‘정할 수 있다’입니다. 하나로 묶어도 되고 시장별로 나눠도 된다는 허용이지, 반드시 나누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 한 문장이 실무에서 갖는 뜻은 분명합니다. 상장폐지 기준을 찾을 때 ‘어느 시장의 규정인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검색 결과에 서로 다른 조건이 섞여 나온다면, 출처가 서로 다른 시장의 문서일 가능성을 먼저 따져 보시면 됩니다. 내 종목이 어느 시장에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빠릅니다. 두 시장이 어떤 성격으로 나뉘어 있는지는 코스피 코스닥 차이를 정리한 글에서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같은 법 안에서도 위임처가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234조제4항은 상장지수집합투자기구에 관하여 "상장 및 상장폐지, 소유 재산의 공고,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적어, 이쪽은 대통령령을 가리킵니다. 어떤 증권을 보고 있느냐에 따라 열어야 할 문서가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법이 직접 쓴 자리와 규정에 맡긴 자리
자본시장법이 모든 것을 규정에 넘긴 것은 아닙니다. 어떤 항목은 법이 직접 의무를 적어 두었습니다. 제392조제1항이 그렇습니다. "은행은 주권등상장법인에 대하여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실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지체 없이 거래소에 통보하여야 한다." 각 호는 "발행한 어음이나 수표가 부도로 된 경우"와 "은행과의 당좌거래가 정지 또는 금지된 경우"입니다.
거래가 멈추는 상황도 두 갈래로 나뉘어 있습니다. 개별 증권의 매매를 멈추는 문제는 제390조제2항제3호가 "증권의 매매거래정지와 그 해제에 관한 사항"으로 상장규정에 넣도록 했습니다. 반면 시장 전체를 멈추는 권한은 법이 직접 들고 있습니다. 제413조는 금융위원회가 천재지변 등 사태가 났을 때 거래소에 "개장시간의 변경, 거래의 중단 또는 시장의 휴장을 명하거나, 그 밖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는 ‘할 수 있다’로 적힌 재량 규정입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대비됩니다.
| 조문 | 원문이 정한 것 | 어느 문서로 이어지나 |
|---|---|---|
| 제390조제1항 앞문장 | 상장규정을 "정하여야 한다" | 거래소 상장규정(의무) |
| 제390조제1항 뒷문장 | 둘 이상의 증권시장에 "별도의 상장규정으로 정할 수 있다" | 시장별 상장규정(허용) |
| 제390조제2항제2호 | "증권의 상장폐지기준 및 상장폐지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야 함 | 기준의 내용은 상장규정 안 |
| 제390조제2항제3호 | "증권의 매매거래정지와 그 해제에 관한 사항" | 개별 종목 거래정지도 상장규정 안 |
| 제412조제1항 | 상장규정을 제정ㆍ변경ㆍ폐지할 때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 승인 대상은 규정 자체 |
| 제409조제1항 | 거래소가 "자기가 발행한 증권"을 폐지할 때 금융위원회 승인 | 거래소 자기 발행분에 한정 |
| 제392조제1항 | 은행이 부도ㆍ당좌거래 정지 사실을 "지체 없이" 거래소에 통보 | 법이 직접 정한 의무 |
| 제413조 | 시장 전체의 "거래의 중단 또는 시장의 휴장"을 명할 수 있음 | 금융위원회 권한(재량) |
관리종목과 정리매매는 법 어디에 있나요?
상장폐지를 찾아보면 거의 언제나 같이 나오는 두 낱말이 있습니다. 관리종목과 정리매매입니다. 그런데 시행 2026-08-04 판본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조문 본문을 훑어 보면 이 두 낱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법이 이름까지 적어 둔 것은 제390조제2항제2호의 "증권의 상장폐지기준 및 상장폐지에 관한 사항"과 제3호의 "증권의 매매거래정지와 그 해제에 관한 사항"입니다.
그렇다고 근거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390조제1항은 거래소가 "증권시장에 상장할 증권의 심사 및 상장증권의 관리를 위하여" 상장규정을 정하도록 하고, 같은 조 제2항제4호는 "그 밖에 상장법인 및 상장증권의 관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상장규정에 넣도록 열어 두었습니다. 폐지 이전 단계에서 종목을 따로 표시해 두는 장치는 이 ‘관리’ 쪽 문장에 기대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층이 하나 더 갈립니다. 상장폐지와 매매거래정지는 법이 항목 이름까지 정해 두고 내용만 규정에 맡겼고, 관리종목은 항목 이름부터 규정 쪽에 있습니다. 지정 사유와 해제 사유의 숫자를 법전에서 찾으면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고, 앞에서 본 대로 시장이 둘이면 그 값도 시장마다 따로 볼 일입니다.
내 종목 사정은 어디서 확인하나요?
지금까지 본 조문은 ‘어느 문서를 열어야 하는가’까지를 알려 줍니다. 기준의 구체적인 항목과 수치는 거래소가 정하고 금융위원회가 승인한 상장규정에 있으므로, 최신 조건을 찾을 때는 법령 사이트가 아니라 거래소가 공개하는 규정 본문을 여는 것이 맞습니다. 규정은 제412조제1항의 절차를 거쳐 바뀌므로, 오래된 게시글의 숫자와 현재 규정을 그대로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특정 회사에 실제로 어떤 사유가 걸려 있는지는 규정 본문이 아니라 그 회사에 관한 거래소 공시에서 확인합니다. 조문은 제도의 뼈대만 알려 줄 뿐 개별 종목의 상태를 알려 주지 않습니다. 보유 여부와 관련한 판단은 공시 원문과 함께 자격을 갖춘 전문가의 확인을 거치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리하면 순서는 이렇습니다. 법에서 확인할 것은 누가 정하고 누가 승인하는가, 규정에서 확인할 것은 기준의 내용, 공시에서 확인할 것은 개별 회사의 사정입니다. 이 세 문서를 섞어 읽으면 ‘법이 바뀌었다’는 오해가 생깁니다.
근거 자료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법률 제21324호(공포 2026-02-03, 시행 2026-08-04) — 제234조제4항, 제373조의7, 제390조, 제391조, 제392조, 제409조, 제412조, 제413조. 원문 확인: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장규정 본문과 개정 이력 — 한국거래소 규정 공개 화면에서 시장별로 확인
작성: jn 블룸 편집부 · 본문 수치는 글 안에 링크한 공식 자료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용이며 의료·법률·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중요한 결정 전에는 공식 자료와 전문가 상담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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